8
Vol.

BRIDGE TO REALIZATION

꿈이
현실이 되는 시간

꿈이 현실이 되는 시간

한국 남자골프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김시우 프로.
침착함과 자신감을 무기로 자신의 꿈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이름 앞에 붙는 타이틀이 많다. 최연소 챔피언, 아시아인 최초, 한국 남자골프의 희망 등. 당신이 이룬 것을 설명해주거나, 그래서 앞으로 이뤄나갈 것들에 대한 기대가 담긴 단어들이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

대회 성적이 잘 나올 때 그런 수식어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성적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을 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압박도 많이 받는다. 이제는 그 무게에도 익숙해졌지만 완전히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내가 할 일을 잘 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에 대한 수식어들이 나를 흔들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2017년은 당신에게 다이내믹한 한 해였다. 성적이 부진했던 시기도 있지만 역대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하며 한국 남자 골프의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올해를 어떤 시간으로 기억할 것 같은가.

작년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올해를 많이 기대했고 욕심도 많이 냈었다.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연초엔 허리 부상이 낫지 않아 4연속 컷 탈락이라는 아픈 시간을 겪기도 했고. 컨디션을 회복하고 나서는 ‘제5의 메이저’라고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다.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배운 것도 분명 있다. 부상을 겪으면서 선수로써 몸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올해 겨울엔 다음 시즌 준비를 작년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것을 배웠고, 귀한 우승을 했고, 그래서 행복했던 해였다고 생각한다.

지난 2일에 끝난 프레지던츠컵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다. 세계연합팀이 미국팀을 상대로 따낸 첫 승리였기에 더 반가운 소식이었다. 14번홀에서 잠시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서 승리를 굳힌 박빙의 승부였는데 경기 내내 흔들림 없이 팀을 리딩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지 궁금하다.

작년 프레지던츠컵 경기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올해 운좋게 엔트리에 들어서 참가할 수 있었다. 대회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다. 팀 대회다 보니 선수들과 부담 없이 즐기면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좋은 선수들과 팀을 이루고 경쟁도 함께 하다 보니 스스로 즐길 수 있었다. 경기 내내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랬다. 좋은 샷도 많이 나왔고.

당신의 경기를 보러 온 팬들이 ‘시우 송’을 부르면서 응원했다고 들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기대를 받고 있는 기분이 어떤가?

작년이 프로 첫 해였는데 그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제는 많이 알아봐주신다. 응원송까지 만들어주신 것을 보고 굉장히 감사하고 뿌듯했다. 팬분들의 응원을 받으면 힘이 정말 많이 난다. 에너지를 받는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거다.

PGA 데뷔 2년차에 접어들었고 2번의 우승을 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챔피언이 되는 순간을 간절하게 꿈꾼다. 조금 진부한 질문일 수 있지만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드는가?

첫 우승 때는 ‘내가 진짜 우승을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 두 번째 우승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도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한 게 꿈만 같았다. 우승하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계속 꿈을 꾸는 기분이다.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빨리 우승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말 그대로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싶다.

당신이 들어올린 트로피 뒤에는 그동안 정신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꾸준히 반복해온 연습의 시간이 있었을 거다. 요즘 당신이 연습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달라.

환경이 달라지면 연습의 주제도 달라진다. PGA 투어 진출 전에는 한국에서 연습을 했었는데 그땐 골프장도 좁고 우기도 많다 보니 볼을 똑바로 치는 연습을 주로 했었다. 미국에 가고 나서 똑바로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거리가 나와야 한다는 걸 알았다. 재작년부터는 300~310야드도 오히려 기준보다 떨어지는 거리가 되버렸기 때문에 몸도 만들면서 비거리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즌마다 연습 주제는 달라질 수 있지만 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침착한 사람이 아니라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당신의 장점은 침착함이다.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지만 끝없는 훈련의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실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어렸을 때부터 다혈질이었다. 성적이 안 나올 때는 화도 많이 냈다. 그래서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골프를 할 때는 정반대의 차분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원래 모습이 나올 때마다 그러면 안 된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말씀해주셨다. 스스로도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안될 때도 많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침착한 사람이 아니라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의지가 있다면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 스스로가 바뀌면 상황을 바꿀 수 있고.

당신의 이름 앞에 어떤 형용사가 붙기를 바라는가?

형용사나 수식어는 민망하다. 골프 선수니까 스윙이 좋다, 경기를 잘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당신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언제인가? 그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다.

시즌이 시작되면 그동안의 모든 순위가 사라지고 처음부터 리셋이 된다. 0에서 시작하는 거다. 그때 느끼는 불안함이 있다. 초반에 스타트를 잘 해야 중후반에 마무리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즌 초가 가장 부담스럽다. 2년차 징크스라는 게 있는데 그 기간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때라는 거다. 불안함을 털어낼 수 있는 건 어떤 생각이 아니라 연습이다. 이제 3년차가 된다. 유난히 불안했던 시간도 이제 거의 지나간 것 같다. 그동안 해왔던 연습을 꾸준히 하면 지난 2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에 몰입해 어떠한 결과를 내는 사람들의 특징은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다는 거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 믿음의 원동력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당장 뭔가가 되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걸 믿고 간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당연히 흔들릴 때도 있다. 미국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가 그랬다. 현실이 너무 크게 보여서 숨이 턱 막혔었는데 말도 잘 통하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 그때 부모님이 나를 한결같이 믿어주셨다. 그 믿음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던 것 같다.

- 아직 오지 않은 기회가 많다는 것.

당신이 좋아하는 문장은?

아직 오지 않은 기회가 많다는 것. 아버지가 초조해하는 나를 다독이며 해주신 말이다. 18살 때였을 거다. 성적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체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건 정말 견디기 힘든 괴로움이다. 그때 아버지가 ‘넌 아직 18살이고 어리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훨씬 길어. 아직 오지 않은 기회가 많으니까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그 말이 정말 큰 위안이 됐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놓친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중요한 건 지금이다.

지난 4월 첫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하며 골프 유망주 후배 3명을 초청했다.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어린 선수들이 당신을 보며 꿈을 키우고 있다. 이번 THE CJ CUP @ NINE BRIDGES에 출전하는 이규민 선수 역시 당신을 닮고 싶은 선수이자 롤모델이라고 얘기했고.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최경주 프로님과 국가대표 형들을 보면서 자랐고 선배들과 함께 연습하던 시간이 마냥 설렜었다.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웠는데 나를 보며 꿈을 키우는 동생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투어 선배로써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많이 알려주고 싶다. PGA 투어에는 한국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후배가 들어온다면 정말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렸을 때부터 주니어 대회를 같이 하면서 알고 지낸지가 벌써 10년이 넘은 동생들도 있다. 잘 하는 친구들이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어렸을 때 최경주 프로의 PGA 대회 우승을 보고 한국 선수도 큰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들었다. 마침내 꿈을 이룬 사람의 모습은 다시 누군가에게 꿈과 용기가 된다. 당신의 후배들이 당신을 보고 어떤 꿈을 가지길 바라는가.

모든 선수들의 꿈은 챔피언이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할 수 있다’고 믿길 바란다.

THE CJ CUP @ NINE BRIDGES

THE CJ CUP @ NINE BRIDGES 출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 최초의 PGA 대회인만큼
참가하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내 소속 대회인만큼 우승하고 싶다. 잘 하고 싶고 더 욕심이 난다. 이번 시즌을 CIMP 클래식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샷감도 좋고. 숏게임 위주로 연습하고 있는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

한국 최초의 PGA 대회가 국내 골프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가?

Q스쿨 PGA가 없어지고 나서 PGA로 바로 가는 길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웹닷컴이나 세계랭킹을 통해서 2~3년 고생을 해야 갈 수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PGA로 바로 진출할 수 있다. 이건 굉장한 기회다. 한국 선수들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의미 있는 대회라고 생각한다.

당신을 롤모델이라고 이야기하는 주니어 이규민 선수와 당신의 롤모델인 최경주 프로. 이번
THE CJ CUP @ NINE BRIDGES에서는 이 두 선수와도 플레이어로 만나게 된다.

기분이 좋다. PGA 투어에 대한 꿈을 키우게 해주신 선배님과 좋은 유망주 선수와 같은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기쁘다. 세 선수 모두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다음 우승을 꿈꾸고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걸 믿고 간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다. 특별히 신경써서 준비하는 부분이 있다면?

올해 우승하고 나서 한두 달 동안 허리가 많이 안 좋았다. 후반기에는 연습보다 재활이나 몸관리에 집중했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는 선수들에게 늘 따라다니는 영원한 숙제다. 지금은 거의 완치된 상태지만 조심하고 있다. 내년에는 부상 없이 목표했던 것들을 이루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가장 촉망받는 주니어 선수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2011년 당신의 꿈은 PGA 투어 진출이었고 현재 그 꿈을 이뤘다. 2017년의 당신이 지금 꾸는 꿈은 무엇인가?

PGA 진출이 오랜 꿈이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현실이 크게 보인다. 사실 시드 유지에 급급했는데 첫 우승을 하게 되면서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겼다. 목표를 크게 잡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니 두 번의 우승을 하게 됐다. 계속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세 번째, 네 번째 우승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는 4대 메이저 대회의 챔피언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더 많은 경험과 준비가 필요하다. 아직 오지 않은 기회는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을 향해 각자의 무대에서 각자의 노력을 하고 있다. 당신 역시 부단한 노력을 통해 꿈꾸던 것들을 현실로 이뤄왔고 또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사람으로써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면?

꿈을 좇아 계속 열심히 해도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이겨내도 또 다른 슬럼프가 찾아오더라.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하면 좋은 기회가 따라올 거라 믿는다. 지금 우리의 꿈이 미래의 현실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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