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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는 나의 힘, 나의 인생 :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 '김호준'

2012.03.19

스노보드는 나의 힘, 나의 인생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 '김호준'

CJ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 김호준.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한국인 최초로 본선에 진출한 새로운 기록을 남긴 스물세 살 청년은 전 세계의 눈밭을 섭렵하며 다가올 2014 소치동계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해 한 걸음씩 우직하게 걷고 있다. 

글. 권민정 / 사진. 조지영

스노보드와의 첫 만남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 '김호준'

김호준. 그 이름 석 자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건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이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동계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만큼의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스무 살이 갓 넘은 어린 선수가 쟁쟁한 세계의 선수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라이딩 한것은 칭찬 받을 만했다. 덕분에 김호준은 겨울스포츠 계의 국민남동생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면서 대중들로 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 '김호준'

대부분의 유망한 선수들이 그러하듯, 김호준도 어린 시절 스노보드를 시작했다. 김호준이 스키를 처음 탄 건 네 살 때. 스키숍을 운영하시던 아버지가 스키장을 데리고 간 것이 처음이었다. 8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김호준의 인생을 바꿀 만한 운명의 물건을 선물해주셨다. 바로 어린이용 스노보드. 그 후 줄곧 그 만남 후, 김호준은 스노보드가 되고, 스노보드는 곧 김호준이 되었다. 

스노보드와 혼연일체되어 눈밭을 무대로 생활한 지 19년 째, 하루종일 차가운 눈밭에서 홀로 붕 떴다가 떨어지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힘들진 않을까, 외롭지 않을까. 그에게 스노보드를 타는 이유가 뭔지 묻자 김호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수십 번 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딱 한 번 성공했을 때, 그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그런 기분을 몇 번이나 느낄 수 있을까요? 저는 매일 그런 짜릿함을 느끼면서 살아요. 그게 바로 스노보드를 타는 이유이고, 도전하는 일이 힘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해요.”

어렵고 힘든 것일수록 도전해보고 싶은 일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 '김호준'

김호준은 인터뷰 내내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말을 자주했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것을 택하는 대신,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시험하는 상황을 자진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는 극한의 상황으로 스스로를 내몰아서 자신이 세운 신기록들을 갱신하고 있었다. 본인이 세운 신기록을 본인이 깨는 일. 쉽지 않은 끝없는 도전이 그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저는 어떤 일이든 성공하기 어려운 게 더 매력 있어요. 물론, 안정적이고 편안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 성공하기 어려운 것에 도전하고 그걸 이루어나가는 과정 중에서 얻는 희열이 좋아요.”

스노보드의 종목 중에서도 하프파이프를 고집하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였다. 하프파이프는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것 같은 반원형의 슬로프를 왔다갔다 반복하며 점프와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으로 스노보드의 종목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있지만, 가장 위험하고 고난이 기술을 요한다.

하나의 기술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반원의 슬로프에서 점프를 해야 하고 부상으로 이어지는 일도 다반사. 멋있는 만큼 위험한 종목이기도 하다. 부상의 위험에 대해 김호준은 어떤 생각을 할까. 김호준은 자신을 가리켜 ‘나이는 20대, 몸은 40대’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실제로 그는 잦은 부상과 수술로 군입대에서 공익판정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이 점프했다가 착지하는 순간 발생하는 충격을 온 몸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크고, 훈련시간만큼 휴식시간 동안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로 어느 쪽에 부상이 많은지 물어보니, 온 몸이 부상 투성이라며 웃어넘기는 김호준의 호탕한 웃음소리 끝에는 그동안 크고 작은 부상으로 맘고생 했을 그의 지난 시간들이 묻어 있었다. 김호준은 슬로프에서 내려오면, 개인 운동과 스트레칭, 다양한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고, 훈련동영상을 보며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곤 한다.

꿈의 실현에 도전하는 휴먼스토리, 슈퍼스타K

김호준은 현재 한국체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훈련기간에는 철저한 운동선수의 모습이지만, 훈련시간을 벗어나면 그는 스물세 살 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한다.

“음악 듣는 거 굉장히 좋아해요. 스노보드 탈 때에는 주로 발라드를 들어요. 속도감 때문에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시던데, 오히려 발라드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정신집중에 도움도 되요.”

스물세 살 청년, 김호준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 '김호준'

김호준은 인터뷰에 어색한 여느 수줍은 운동선수와 달리 적극적이었다.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미사여구로 자신을 꾸미거나 감추는 일도 없었다. 아는 것은 아는 대로, 모르는 것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 또래의 친구들이 그러하듯, 좋고 싫은 것이 분명했고, 때론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도 했다.

스노보드 선수가 아니었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스노보드 외에는 생각해본 적 없지만, 스노보드 선수에서 은퇴하고 나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고 싶고 아직은 은퇴 이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둔 것은 없다"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 '김호준'

촬영에도 그의 이러한 모습은 이어졌는데, 포토그래퍼가 제안하는 포즈를 완벽히 이해하고 자신 있는 포즈를 먼저 제안하며, 시범을 보이는 쇼맨십도 있었다. 촬영한 컷을 함께 보자고 하면서 A컷을 함께 고르는 센스도 있었다. 취미도 직업이 되면 하기 싫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김호준은 스노보드를 취미로 스키장에서 탈까. 김호준도 때론 스노보드를 선수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 서 사람들과 섞여서 타기도 한다. 훈련받느라고 눈밭이 지겨울 것이란 예상을 뒤엎는다. 눈밭에서 노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김준호과 눈, 그리고 스노보드는 예사조합이 아닌가보다.

김호준에게 스키장을 찾는 이들이 더 재미있게, 더 신나게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면서 놀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물었다. 기술이나 코스추천에 대한 대답이 이어지리라 예상했는데, 김호준의 대답은 예상을 빗나갔다. 하지만 스물세 살의 김호준스러운 대답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리프트 탈 때, 모르는 사람끼리 타게 되면 정상에 올라갈 때 까지 말 한마디 안하는 경우가 많아요. 외국에서는 모르는 사람끼리 리프트 타게 되면 서로 인사도 하고 말도 걸면서 정상 올라가는 시간까지 친해지거든요. 우리나라 스키장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린 다함께 겨울 스포츠 즐기는 사람들이니까, 충분히 친해질 만하지 않나요?

※  김호준 선수는 지난 3월 15일  미국 버몬트 주 마운트스노에서 열린 TTR월드스노보드투어 2012 US 레볼루션대회 하프파이프에서 92.25점을 얻어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관련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