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분노와 슬픔의 도가니

2011.09.30

이 거대한 분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뜨거운 분노는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영화 도가니 스틸컷 중 배우 정유미 사진

영화 <도가니>가 세상을 들끓게 하고 있습니다.
개봉 2주차, 벌써 이 영화를 본 사람이 160만을 훌쩍 넘겼습니다.
물론, 흥행 기록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이 영화는 흥행 기록을 말하는 것이 못내 부끄럽습니다.
관객들로부터 시작된 작은 분노들이 모여 덩어리를 이루고, 마침내 커다란 슬픔의 산이 되더니, 이제 한 목소리로 이 부끄러운 사회를 각성시킵니다.
세상으로부터 잊혀진줄 알았던 사건을 다시 재수사하게 되었고,
국감장에는 해당 지역 교육감이 나와 머리를 숙였습니다.
문제의 발단이 된 학교는 폐교의 수순을 밟는다 합니다.
그리고 이제 좀더 시야를 넓혀 유사한 사건, 다른 피해 아이들은 없는지 돌아봅니다.

영화 도가니 스틸컷 중 배우 정유미가 아역 배우의 머리를 안고 있는 사진

<도가니>가 어떤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뉴스와 신문, 인터넷에서 워낙 많이 회자되고 있으니까요.
사실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지만, '도가니 열풍'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청각장애인 학생들이 다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상습적 성폭력이 자행되었고, 2005년 이 사건은 일부 교직원의 제보로 인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방송에 보도되면서 교사 등 몇 명이 구속되지만,
결국 구속되었던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집행유예 등을 통해 모두 법을 빠져나오지요.

영화 도가니 스틸컷 중 피해자가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

세상에 묻혀질 뻔한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2009년 소설가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 가 출간되면서였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진실이 파헤쳐진 것은 아니었지요.
2011년, 인화학교는 학교 이름을 바꾸려고 시도했고 대책위는 이를 저지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나름대로 맞섰지만 여전히 세상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추악한 사건은 이대로 묻히고 마는 것일까요?
그러나 2011년 9월, 영화 <도가니>가 개봉했습니다.
청소년들은 볼 수 없는 관람등급이었기에 큰 흥행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상 이상의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믿기지 않는 영화가 불과 몇년 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 분노했고,
추악한 어른들이 저질러놓은 짓에 너무 큰 상처를 받은 아이들 때문에 슬퍼했고,
여지껏 몰랐다는 미안함과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함께 울었지요.
이렇듯 영화 <도가니>가 짧은 2주동안 남긴 파장은, 이미 어마어마합니다.
슬프고 목이 메이고 분노가 치밀어 심화가 나니,
이 영화의 후유증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도가니 스틸컷 중 공유가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

인터넷에는 이 영화를 본 160만 여 명의 관객이 남긴 다양한 글들이 넘쳐납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쓴 영화 리뷰도 있고,
분노를 담아 재수사 청원과 인화학교 폐교, 그리고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글도 있습니다.
여러분께 그 진심이 담긴 글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마음도 이 글을 쓴 사람들의 마음과 같다면,
<도가니>는 영화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부디 억울하고 아픈 일들이 세상의 무관심 속에 덮여지지 않도록,
다시는 이런 무섭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가니>는 우리들의 뇌리에 무섭고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깊이 상처받은 그 아이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또다른 그 아이들을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도가니 스틸컷 중 주연배우 공유와 어린이들의 연기 장면

"영화 <도가니> 속에 담긴 사건이 매우 불편하고 아프고 무섭다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가니>는 영화보다 더 끔찍한 현실을 우리에게 극히 일부 보여주지만, 부디 그들을 이겨야 한다고 부추기지는 않는다. 다만 지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담고 있는 현실 때문에 무섭고 불편하지만, 그 속에서 내는 목소리 덕분에 믿음직하고 따뜻하다."
- http://blog.daum.net/jimmani/12110110

"영화가 끝난 뒤의 감독님과의 대화에서 이러한 말씀을 하셨다. 이 영화로 인해 어떠한 서명이나 운동의 움직임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있다는 느낌만큼은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고 싶어서, 그래서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 http://blog.naver.com/miffy8912/90123834537

"진실을 위해 싸워달라는 영화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진실을 알기를 바라는 영화다. 그러니 <도가니>에 불편함을 느끼지 말고 내가 몰랐던 진짜 진실을 알기를 바란다. 그것이 영화 <도가니>가 말하고 싶은 것이고,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사람은 가짜보다는 진짜를 더 좋아하지 않나? 영화를 통해 진짜를 얻기를 바란다."
- http://blog.naver.com.eanjung011

영화 도가니 스틸컷 중 공유와 피해자가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